삶에 대한 미련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딸아이의 상태는 내 모든것을 좌지우지한다.
생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을 송두리째 없애버리기도 하고, 끝없는 절망의 나락속으로 나를 빠뜨리기도 한다.
딸아이를 재우며 곁에 누워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다가 한동안 참았던 눈물이 갑자기 터졌나왔다. 눈물이 끝도없이 흘러내리고, 터져나오는 울음 소리를 애써 숨죽이다 결국 숨쉬기 힘들만큼 목이 메어 화장실로 달렸다. 물을 내리고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못하고 울자 아들 녀석이 문앞에 서서 한마디를 한다.
엄마.. .나는 안 힘들거 같아? 나도 힘들어요... 엄마가 그러면 더 힘들어요.
저도 잘 참고 있는데 왜 울어요
고해
어둔 밤, 수퍼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오르막길을 아주 천천히 걸으며 기도했다.
8년을 그런대로 견디며 살아왔어요.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서 서성거리던 날이 얼마나 많았었는지 당신은 아실거예요.
지난 시간동안 늘 위태롭고 절망적이었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가슴속에 난 구멍이 자꾸만 커져서 찬 바람이 너무 많이 들어와요.
스산하고 추워요. 그 구멍난 가슴을 도무지 메꿀 수가 없어요. 그러니 나와 딸아이를 당신이 이제 그만 데려가주었으면 좋겠어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겪으며 자식을 바라보며 살아가야하는 고통을 이제는 끝내고 싶어요.
나를 짓누르는 무게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어요.
그냥 당신이 평화롭게 조용히 데려가 주어요. 딸아이와 함께요. 어느 날 아침에 고요히 눈을 뜨지 않는다면 당신에 대한 서운한 마음 다 잊을께요.
.......
난 참 나쁜 엄마다.
이런 기도를 하다니.
엄마란 이름으로 모름지기 견디고 또 견디어 살아야하는건데 어느 날은 못견딜만큼 사는것이 아프고 힘든 날이 있다.
공부에 지쳐 잠든 아들녀석을 바라보다 그래, 이녀석도 아직 엄마가 필요한 나이인데 난 이 녀석의 엄마이기도 한데...
딸아이만 자식이 아닌데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이 녀석은 어찌하라고...
가끔씩 나만 생각하는 이 이기적인 마음에 아들녀석이 가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으니 이기적인 마음이 점차 커져만 간다.
견디어야한다는 내 오랜 다짐도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이 모든 절망과 엄혹한 상황에서 벗어나는것만이 평화라고 나는 기도하고 있다.
이런 상태의 나 자신으로 인해 벗을 만나는 일도 페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도 모두 누가 될것 같아 선뜻 나서기조차 힘들다. 지금도 여전히 이기적인 나 자신과의 싸움을 진행중이다.
까짓거 덤벼볼테면 보라고 인생과 호기있게 맞서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용기도 의지도 생겨나지 않으니 내 생이요, 내 삶이니 그 하나만큼이라도 내 멋대로 하고싶은 오기가 생기는 것이다
난 어떻게 살아야할까
어떻게 살아내어야할까
살고 싶은 욕망과 살아야하는 당위성속에서 후자가 거의 전부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속에서 그 당위성마저 사라지면 나는 나를 짓누르는 고통속에서 정녕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날아보고 싶다.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깃털처럼 가벼웁게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