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logue

유민아빠 단식 38일째

신 디 2014. 8. 20. 19:33

지난 8.15날 광화문으로 가면서 마음속으로 유민아빠를 뵈어야지 하며 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막상 그곳에 도착했을때 의지와는 달리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 계신 유민아빠의 얼굴을 지척에서 보는것이 겁이 났다. 그래서 그곳을 몇번씩 왔다갔다하는 동안 눈길은 유민아빠를 향했지만 그 앞에 차마 가질 못하고 주변에 함께 단식중인 수녀님과 신부님, 그리고 유가족들 앞을 서성이다 돌아나왔다. 

자식이 왜 죽었는지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아비가 곡기를 끊은지 38일째이다. 
겨우 열일곱, 열여덟의 꽃다운 수백명의 아이들을 죽인것도 모자라 이젠 그 아비마저 죽음으로 내모는 이 나라가 하루하루 지옥이고 그 아비때문에 매일매일이 울음이다.
아침이면 그가 올리는 소식을 보며 밤사이 그가 무사한지를 제일 먼저 확인하는것이 일과가 되었다. 
자식을 잃은 고통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8년전 학교 갔다 돌아와 이유도 없이 쓰러져 소통조차 불가능해진 딸아이와 살아온 지난 세월속에서 나는 딸아이의 얼굴이라도 만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과거에 매달려 그토록 불행했는데, 하물며 자식이 왜 죽었는지 진실도 밝혀내지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면 죽은 자식의 무덤앞에서 평생을 죄인으로서 살 수 밖에 없는,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님을 왜 모르겠는가.
그리 허망하게 보낸 아이들 앞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아비로 살아가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선뜻 그에게 제발 단식을 멈추어 달라고 말할 수가 없다.
죽어간 유민이에게 떳떳한 아비가 되기 위하여 목숨을 건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는것이다.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는 하늘이었더냐
억울히 죽은 아이들의 영혼이 두렵지도 않는것이냐
이미 썩을대로 썩어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여야의 야합속에 진실을 덮으려고만 하는 그대들은 살인을 방조하는 암묵적인 살인자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마지막 가는 길 어미 아비의 얼굴조차도 보지 못한채 수장당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고 넋을 위로해야 할것이다.
이 땅에서 부끄럽지 않은 어미와 아비로 살려거든 제발 우리의 아이들의 목숨을 이대로 바닷속에 묻히게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