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타와 파괴 (번역본1 - 고혜선 옮김)

 
끝없는 길을 한없이 지나왔다. 
어딘지 어디까지인지도 모르는 채. 
큰 기대없이, 
충실하지 못한 동료들과 허황된 꿈을 가지고. 
내 눈에 아직 살아남은 끈질김을 사랑한다. 
기마병을 닮은 나의 발걸음. 그 소리를 마음속에서 듣는다. 
잠이 든 불, 망가진 소금을 깨물어본다. 
어두운 기운의 밤, 도망치는 상복의 밤이 오면 
막사의 한옆에서 보초 서는 존재, 
의미없는 저항으로 무장한 나그네, 
점점 커지는 그림자와 떠는 날개 사이에서 
나는 내 존재를 인식한다. 돌로 만든 내 팔이 나를 방어한다. 

비탄의 학문에는 형용할 수 없는 제단이 있다. 
향기 없는 나의 황혼녘 모임, 
버려둔 나의 방들에 살고 있는 달, 
내 속의 거미들, 파괴는 나의 사랑스런 존재들, 
잃어버린 내 존재, 나의 영원한 방랑을 사랑한다. 
젖은 포도가 불타올랐다. 죽은 포도의 즙은 
아직 주저하며, 아직 남아 있다. 
결실 없는 우리의 유산, 배신자 침실. 

누가 재의 의식을 거행했는가? 
누가 잃어버린 것을 사랑했으며, 마지막 것을 지켰는가? 
아버지의 뼈, 죽은 배의 목재, 
그 존재의 종착점, 그 존재의 도피. 
그의 슬픈 힘, 그의 불행한 신을? 

생명이 없는 존재, 아픈 존재를 나는 찾고 있다. 
내가 가진 이상한 증언, 
재에 씌어진 잔인한 효력이 있는 증언은, 
내가 원하는 망각의 형태이며, 
이 땅에 주는 이름, 내 꿈의 가치, 
세상에 사는 나날 동안 겨울의 눈으로 
나눌 끝없는 분량. 

 

소나타와 파괴들(번역본2 - 정현종 옮김)

그렇게도 많은 일을 겪은 뒤에, 그다지도 머나먼 거리를 지나온 뒤에,
어떤 왕국인지도 모르고, 어떤 땅인지도 모르는 채,
가련한 희망을 갖고 돌아다니고,
속이는 동료들, 수상한 꿈과 더불어 돌아다니고 나서, 
나는 아직도 내 눈 속에 살아 있는 단단함을 사랑한다.
말을 탄 듯이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나는 들으며,
잠든 불과 황폐한 소금을 나는 물어 뜯고,
밤이 되어 어둠이 짙고, 그리고 슬픔이 남몰래 움직일 때,
나는 내가 먼 야영자들의 기슭을 망보는 사람이라고 상상한다,
빈약한 방비로 돌아다니는 여행자,
자라나는 그림자와 떨리는 날개 사이에 끼인,
그리고 돌로 만든 내 팔이 나를 보호하는 여행자.

눈물의 과학 중에는 혼란스런 제단이 있으며,
그리고 내 향기 없는 저녁 명상 속에서,
달이 사는 내 황폐한 침실 속에서,
내 식구인 거미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파괴들 속에서,
나는 내 읽어 버린 자아를 사랑하고, 내 흠 있는 성격,
내 능변의 상처, 그리고 내 영원한 상실을 사랑한다.
습기 찬 포도는 변색하고, 그 우중충한 물은 
아직도 명멸하며,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유산과 무너질 듯한 집도,
누가 재의 의식을 거행했는가?

누가 잃어버린 걸 사랑했으며, 누가 마지막 남은 걸 보호했는가?
아버지의 뼈, 그 죽은 배의 목재,
그리고 그 자신의 종말, 그의 날아감,
그의 우울한 힘, 불운했던 그의 신을?
그러니 나는 살아 있지 않은 것과 고통받고 있는 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가 제시하는 비상한 증언- 잔인할 만큼 효능 있고 재에다 쓴 증언은
내가 좋아하는 망각의 방식이다.
내가 땅에 붙인 이름, 내 꿈들의 가치,
내 쓸쓸한 눈으로 분배한 끝없는 풍부함,
이 세계가 이어지는 나날들.

*

Pablo Neruda의 전기를 읽으며 그가 살아왔던 행적을 되짚어본다.
디에고 리베라도 그렇고 까미유 끌로델의 연인 로뎅과 천재화가 피카소도 그리고 네루다 역시 여성 편력이 심한 예술가였다.
예술작품이란 것이 고뇌와 처절한 고독의 쓰디쓴 열매라면 그들에게 여인은 예술활동을 지속시켜주기위한 희락과 위로의 존재였던것일까.
한 여자에게 청혼을 하고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동시에 또 다른 여인에게 구애의 편지를 수백통씩 보내는 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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