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생일날 동기들에게 받았던 김소진의 소설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속에서 부치려다 만 편지한통을 찾았다.
고교시절 벗이었던 S.H에게 보내는 편지였는데 봉투도 없이 흰종이에다 쓴 글이었다.
나중에 편지글에 실어둘 생각이다.
책 앞표지에는 벗들의 생일 축하글이 오목조목 씌여져 있었는데 내용으로 봐선 그날이 M.T였는데 내가 가지 못하고 친구들이 M.T장소에서 돌려가며 글을 썼던것 같다.
그때는 생일을 맞은 사람들한테 책을 선물해주었던것 같은데 어느날부터 그게 사라졌다.
책을 다시 읽어보니 새롭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으며 문득, 기독교와 적그리스도에 대해 생각해본다.
91년 그해 우린 그곳에 있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얼마나 성숙해졌는가.
김남주 시인처럼 그도 같은 병으로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리하여 사내는 자신이 지고 가는 회억(回憶)의 집 속에 갇힌 채
지나온 열사(熱沙)의 나날을 곱씹고 있는 것이리라
자신의 몸조차 누일 수 없는 그 속 좁은 회억의 집 속에서 
손깍지 베개를 한 채 슬픔의 무게와 어리석음의 무게를 재고 있는 것이리라
슬픔과 어리석음의 무게를 어쩌지 못하는 병신 같은 꼬락서니의 사내여
<갈매나무를 찾아서 中 >


아름다운 지옥,
지옥같은 아픔과 상처속에서도 세상과 맞서며 꿈을 꾸며 살아나가길 작가는 당부한다.
가시 없는 장미가 없듯 완전한 행복은 없노라고.
그리하여 현실과 꿋꿋하게 마주하고 견뎌내는 순간, 행복은 찾아오는것이라고.

나는 잘 견뎌내고 있다.
슬픔과 어리석음의 무게를 그런대로 감당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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