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악의 꽃'중 

머지않아 우리도 차디찬 어둠 속에 잠기리라.
너무도 짧았던 여름날의 찬란한 빛이여 안녕!
나는 이미 듣고 있다. 구슬픈 부딪침 소리와 더불어
안마당 포석 위에 나무쪽 떨어져 울리는 소리.

겨울의 모든 것이 내 몸속에 되돌아오리니
역정과 증오, 두려움과 떨림, 강요된 고역으로 
내 마음은 북극의 지옥에 떨어진 태양처럼 
시뻘겋게 얼어붙은 덩어리가 되리
나는 떨며 듣는다. 떨어지는 나뭇가지 하나하나,
단두대 쌓는 소린들 이보다 더 무디게 울리진 않으리
내 마음은 지칠 줄 모르는 육중한 망치에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탑과도 같구나.

이 한결같은 부딪침 소리와 더불어
어디선지 서둘러 관에 못박는 소리 들리는 듯하다.
누구를 위한? 여름은 어제, 이제는 가을!
이 야릇한 소리 출발인 양 울리는구나.

나는 사랑한다, 갸름한 당신 눈의 푸르른 빛을 
상냥한 미녀여, 그러나 오늘은 모두가 내겐 쓰구나.
그래서 당신의 사랑도 여인의 침실도 따스한 난롯불도 
내게는 바다 위를 비치는 태양만 못하구나.

하지만 날 사랑해 다오. 어머니와도 같은 부드러움으로,
배은망덕한 나, 마음 비뚤어진 나지만
임이여 누이여, 영광의 가을의 , 또 져가는 해의 
덧없는 다사로움이 되어 다오.

노력은 짧은것! 무덤이 기다린다, 굶주려서!
아아! 내 이마를 당신 무릎에 파묻고 
열광적이던 지난 여름을 아쉬워하면서
무르익은 가을날의 다사로운 빛을 맛보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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