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기억은 정지된 스틸컷의 연장선이다.
잠깐 만나 스쳐 지나간 사람들은 대부분 잊혀져 버리곤 하는데 렌즈속에 가두어 둔 사람들과 장면들은 수년이 흘러도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첫 만남이 내게 강한 인상을 준 이가 아니라면 보편적으로 나는 사람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한두번 나를 보았다고 인사를 건네오는 사람들에게 누구지? 하며 계면쩍은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하고 돌아서는 나를 종종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렌즈속에 박힌 인물들은 단한번도 인사를 나누지 않은 사람들일지라도 잘 기억하곤 한다.
수년 전 하루를 묵었던 어느 펜션의 어린 꼬마 아이, 길에서 잠시 스쳐 지나간 이름 모를 할아버지,
여행길에서 렌즈속에 들어 온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의 볼이 튼 사내아이...
이목구비, 옷차림, 혹자는 이름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단 한번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었지만 정지된 스틸컷속의 사람들은 좀체로 잊혀질 줄을 모른다.
어쩌면 나는 그 장면들을, 그 상황속 인물들을 언제고 기억하고자 셔터를 누르는것이 아닐까 싶다.
정지된 스틸컷들은 세월이 지나도 색이 바래지도, 더이상 나이를 먹지도 않은채 그 모습 그대로 각인이 되어 내게 상기시키곤 한다.
박제된 기억.
아이는 더이상 자라지 않고,
나는 추억이 되지 못하는 기억을 버리며 산다.
그립지 않은 것은 더이상 추억이 아니라 잊혀진 기억에 다름 아니라고 우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