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 정호승
들녘에 비가 내린다
빗물을 듬뿍 머금고
들녘엔 들꽃이 찬란하다
사막에 비가 내린다
빗물을 흠뻑 빨아들이고
사막은 여전히 사막으로 남아 있다
받아들일 줄은 알고
나눌 줄은 모르는 자가
언제나 더 메말라 있는
초여름
인간의 사막
사막에 가고 싶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고 오로지 황량한 모래뿐인 사막에 가보고 싶다.
거길 가면 나도 사막 속에 모래 같겠지.
사막의 모래 속에 파묻혀 내가 모래인지 모래가 나인지...
비에 젖은 오후에 아이러니컬하게도 나는 메마른 사막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