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눈이 내린다.

꽃이 피는걸 시샘하는 꽃샘인거지. 막 개화한 개나리가 4월의 눈(雪)에 놀라 몸을 움츠린다.

제법 오래된 기억이지만 90년 3월 즈음,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자, 우리 손을 잡자' 라는 대규모 공연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때였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새하얀 눈발이 날아들었고 그후로 나는 때아닌 봄에 눈이 내릴때면 그날을 떠올리곤 했다.

 

그날 처럼 봄의 정원에 눈이 내린다.

 

금새 바람이 많이 불고 날이 어두워진다.

우박같은 눈서리를 맞으며 떨고 있는 목련 꽃봉오리가 안스러워 차마 눈길을 돌리지 못하고

그래도 혹독한 그 계절을 이겨내고 꽃망울을 피워내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벌써 7년, 나도 너처럼 눈서리를 맞으며 일곱번의 겨울을 지났다

그래 나도 지금 너처럼 잘 이겨내고 있노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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