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는 윤경이와 5.17일 보려고 했던 공연이었는데 그날 좌석이 마땅치 않아 남산에서 '푸르른 날에'란 연극을 보고 나중으로 미루었던 뮤지컬이었다.
녀석도 나처럼 뮤지컬을 가장 좋아한다고해서 속으로 참 기뻤다는.
오늘의 캐스팅은 강태을이란 배우와 아이돌 출신 가수 클릭비의 오종혁이 무영역을 맡았고 김정화가 그녀역을 맡았다.
그리고 운영관역이 원래는 서현철이란 배우였는데 운좋게도 이정열로 변경되었다.
그가 위암투병중이란 기사를 보고 꼭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공연을 앞두고 5월 13일날 캐스팅이 변경되었다는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이정열의 노래는 노래마을때부터 즐겨들었었지만 직접 그를 본것은 몇번 되지 않았다.
기억하기로 아주 오래전 전대협동우회에서 노래를 가르쳐 주러왔을때 잠깐 그를 보았던것과
1994년 세종문화회관에서 故 문호근님의 연출로 신동엽 시인의 서사시 금강이 가극으로 올려졌던 그 무대에서 그를 본 것이 다가 아니었을까.
티켓을 받기 위해 뮤지컬센터에 들어서니 티켓부스 뒤쪽으로 마련된 김광석의 사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가 떠난 자리에도 이렇게 그의 노래들이 살아서 움직이며 손짓하며 나를 흔들고 있는데 그는 왜 그렇게 빨리도 우리 곁을 떠나버린 것일까...
공연장 1층 태국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시러 나오니 김광석의 사진들이 걸려있는 한켠에 기타를 치는 이정열님이 보이는게 아닌가.
수척한 몸과 얼굴이었지만 그는 세월을 먹은 목소리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열창했다.
아, 다행이다. 그래도 이렇게 공연하고 노래할 수 있으니. 그가 얼른 예전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되기를.
1천여석에 달하는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은 만석이었고 저녁 8시에 시작된 공연은 인터미션 포함, 155분이 지나서 막이 내렸다.
실커튼이라는 무대장치는 마치 영화의 장면처럼 fade-in, fade-out 효과를 극대화 시키며 더욱 진화된 무대세트를 보여주었고,
배우들의 땀과 열정은 우리들에게 웃음과 감동으로 전해져왔다.
시간이 언제 그렇게 빨리 흘러갔는지도 모를만큼 다이나믹한 연출과 주옥같은 김광석의 노래들이 한데 어울어져 한편의 새로운 드라마로 탄생되었다.
캐스팅 중, 무엇보다 무영 역할을 맡은 오종혁의 새로운 발견이었던것 같다.
가수 출신답게 노래 실력도 좋았고 그의 연기와 끼는 매력을 발산하며 청중을 압도했다.
쌍화별곡을 보고 원효역을 맡았던 김다현이란 배우에 꽂혔던 것처럼 오종혁 역시 차세대 주목받는 뮤지컬 배우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했다.
또한 운영관역을 맡은 이정열의 노래와 연기는 무대를 가득 채우며 큰 울림과 감동을 건네주었다. 그를 오래동안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레미제라블이나 노트르담 드 빠리의 주옥같은 음악과 노래들이 전세계에 불리워지며 감동을 주는 것처럼
김광석의 노래를 빌리지 않은 빼어난 뮤지컬이 탄생되어 그 노래들이 두고두고 불리워질 날이 언젠간 왔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