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지의 희망을 듣는다.

어느날부터 모닝콜이 울릴때마다 꽃다지의 희망이 밤의 정적을 깨웠고 이따금씩 나를 부르는 휴대폰 벨소리도 희망이 울려 퍼졌다. 나는 그렇게라도 희망을 붙잡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그랬었지.

희망이 있는 고통은 아름답다고.



그러나 지난 8년이란 시간속에 희망은 없었고 그 희망이 없음을 뻔히 알면서 인내하고 또 남은 생을 희망없음에 절망하며 살아내어야 한다는 사실이 폐부를 찌르며 나를 괴롭혔다. 11번째 생일을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맞았던 딸아이는 그 후 자신의 생일이 와도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체로 8년 가까이 살아왔고, 또 앞으로 사는동안 어느 무엇과도 소통하지 못하는체로 살아가겠지.

그렇게 모든걸 잃어버린 체로 너는 내곁에 남아있고... 나는 그런 너라도 안아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며 너를 안고 하루를 살고있다.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가 아홉살난 아이를 두고 생을 마감했을때, 한편으론 아직 너무 어린 자식을 홀로 남겨두고 떠난 이기적인 당신이 미웠고 한편으론 너무 외로웠을 당신이 못내 안타까웠다.

희망 없이 살아간다는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나역시도 너무 잘 알기에. 그래서 당신이 자신과 수없이 싸우는 동안 나역시도 나와 싸우고 또 싸우며 지난 8년을 견디어 왔기에 당신의 그 절망적인 선택에 넋을 놓고 나를 생각했다.

그래, 그래도 나에겐 언제나 곁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힘에 부칠때 그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웃게해주는 반려자라도 있는데 당신 곁엔 그런 이조차 부재했으니 당신이 겪었던 그 마음이 오죽 외롭고 힘겨웠을까...

가끔 신께 묻곤한다

당신은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그러나 당신은 말이 없고 조용히 나의 시선을 안내한다.

저마다의 시련과 고통을 감내하고 인내하며 열매를 맺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라고

남은 생을 살아가며 또다시 절망하고 숱한 날들을 눈물지으며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그 마지막날 굴곡진 삶을 회상하며 잘 견디어낸 지금의 날들이 아름다운 삶의 한 부분으로 돌아다 볼 날도 오지 않을까

내게는 아직 허락된 삶이 남아있으니 남은 날들을 절망속에 허우적거리며 살지는 말자꾸나

생이 나를 배신해도 나는 나를 배신하진 말자꾸나


 

2006년 5.26 한결. 독립문초등학교에서

 

겨울 숲 같은 우리 삶의 벌판에

언제나 새순으로 돋는 그대를

이 세상 모든 길이 얼어붙어 있을때

그 밑을 흘러 내게오던 그대를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다시 또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던 그대를

눈물과 아픔도 쉽게 이겨낼 수 있도록 지켜주던 그대를, 희망을

나는 다시 그것을  붙잡고 살기위해 지금도 몸부림치는 중이다.

'희망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숱한 절망의 날들을 잘 견디어주어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해줄 날이 언젠가 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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