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의 즐거움
유년시절 내가 처음으로 수집했던 것은 엽서였다. 나는 용돈이 생길때마다 시내에 있는 문구점을 돌며 마음에 드는 그림엽서를 사다가 고운 상자 안에 차곡차곡 모으곤 했었다. 엽서의 그림은 이름 있는 명화나 발레리나의 사진, 순정만화의 캐릭터, 저명한 시인들의 시 등등 다양했는데 마음에 드는 엽서를 고르느라 문구점에서 보내는 시간은 마냥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곤 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부터인가 모아둔 그 엽서들을 한 장, 두 장 누군가에게 보내기 시작하면서 수집보다 소모가 더 커졌는데, 그 후론 새로운 엽서의 수집 대신 답장으로 받은 엽서나 편지, 혹은 아주 작은 쪽지들을 상자에 넣어두기 시작했고 그것은 전자메일이 등장하기 전까지 지속되었다. 고교시절 짝꿍이 장난으로 서너 글자를 적은 손가락크기만한 작은 쪽지까지 보관되어 있는걸 보면 나는 그것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겼던 것 같다. 마치 내 지나온 추억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요, 나만의 기억의 방식이었으리라.
그러니 나의 두 번째 수집품은 내가 받은 손편지가 되겠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티켓이었는데, 영화를 좋아해서 큰 아이가 아프기 전엔 남편과 하루에 영화를 두 편씩 볼 때도 자주 있었고, 장난으로 모으기 시작한 티켓이 나중엔 꽤 되더라는.
열네댓 살부터 이십대를 지나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 내가 받은 편지들을 들여다보면 그 시절의 내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하고 무슨 주제를 가지고 벗들과 대화를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곧 지나온 나의 연대기요, 역사인 셈이다.
이럴 때 내가 자주 인용하는 말이 있는데,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어쩌면 사진 찍기를 좋아하게 된 까닭도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커서였을것이다.
한낱 개인적 소유물도 이러할 진대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보자면 필자의 얘기처럼 수집은 역사의 훼손에 맞서온 유일한 무기라는 말이 일리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나마 아주 손쉽게 굴러(?) 들어온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을 그저 모아두었지만 책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원하는 하나를 수집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투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그들이 애쓴 만큼 그것들이 값진 컬렉션으로 주목받고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보면 꽤나 흥미롭다.
무언가를 모은다는 것은 개인적 취미이자 즐거움이기도 하겠지만 시대를 반영하는 산물이자 지금은 사라져버린 과거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는데, 그것들이 많은 이들에게 뜻밖의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해 줄 때 컬렉션의 가치는 더한층 빛을 발한다.
그러고보니 이젠 손편지는 전자우편에 밀려난 뒷방 늙은이 신세지만 많은 이들이 사람 냄새가 폴폴 풍기는 그런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아마도 내가 세상을 떠날때까지 그것들을 보관하고 있으려하는 까닭도 그것 때문이리라.
당신은 무엇을 수집하고 있는가?
( KyoonHo Park 보내주신 책 잘 읽었습니다. 내용도 단순 인터뷰를 넘어 다양한 수집 영역에 대한 이해와 가치를 곁들여 재미있었고 첨부된 사진 또한 흥미를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던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