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다 아는 책]
작년에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세간살이를 거의 줄이느라고 책장 절반과 함께 그 속에 있던 책도 모두 처분을 했다. 판 중고책값으로 백만원을 좀 넘게 받았고, 팔 수 없는 책은 동생네로 가거나 분리수거통으로 향했는데 나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밑줄그어 읽어가며 세미나 했던 20년전의 그 책들도 종내는 분리수거통으로 향했다. 세간살이 절반 이상이 동생네로 갔고 이곳에 간신히 들고온 가구는 싱글침대 하나와 옷장 그리고 책장 두개가 전부였다.
늘 이사를 하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던것 같다. 죽을때 가지고 갈것도 아니면서 무슨 물건들이 이리도 많은지...
다 들어내고 꼭 필요한것만 두니 한편으론 마음도 가볍고 치울것도 많지 않아서 살림살이가 훨씬 수월해진것 같다.
책이든 가구든 새로운것이 들어오면 또 그만큼 비워야한다. 그래도 보고싶은 사람들이자 글이니 물질을 비우는 대신 마음을 채우고자 한다.
그 누군가를 먼저 알고 그가 쓴 글을 읽으면 훨씬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일곱권 중 네권이 내가 좋아하는 시집(송경동님의 책은 수필이지만 간간히 시도 있다)이다. 시는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으면 앉는대로 읽어도 문맥이 흐트러지지 않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