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 신동엽


말 없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옆에는 네가 네 옆에는 
또 다른 가슴들이 
가슴 태우며 
한 가지 염원으로 
행진 

말 없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앞에는 사랑이 사랑 앞에는 죽음이 
아우성 죽이며 억(億)진 나날 
넘어갔음을. 

우리는 이길 것이다 
구두 밟힌 목덜미 
생풀 뜯은 어머니 
어둔 날 눈 빼앗겼어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백년 한양 
어리석은 자 떼 아직 
몰려 있음을. 

우리들 입은 다문다. 
이 밤 함께 겪는 
가난하고 서러운 
안 죽을 젊은이. 

눈은 포도 위 
묘향산 기슭에도 
속리산 동학골 
나려 쌓일지라도 
열 사람 만 사람의 주먹팔은 
묵묵히 
한 가지 염원으로 
행진 

고을마다 사랑방 찌갯그릇 앞 
우리들 두쪽 난 조국의 운명을 입술 깨물며 

오늘은 그들의 소굴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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