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와 열정

Monologue 2016. 7. 19. 16:49


<허무와 열정>


친구에게 물었다. 나를 얼마만큼 아는지.
그 친구가 대답했다.

'허무' 그리고 '열정'


벗은 내게서 제일 먼저 허무를 보았다 말했고 그 다음으로 열정을 보았다 말했다.
어쩌면 지독히도 이율배반적인 두 단어가 아닌가.
사춘기를 지나며 제일 먼저 대면한 것은 슬픔이란 감정이었고 그 다음은 사랑이라는 열병이었고, 20대는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분노를 배운 지난 날들이었다.
돌아보니 어쩌면 어린 시절, 처음 슬픔과 대면 했을 때 나는 예감했는지도 모르겠다.
결코 그것이 나를 비껴가지 않으리란 것을..
행복했던 날들속에 딸아이가 갑자기 쓰러지고  
세상을 원망하고 나를 원망하며 운명을 저주하고 살았던 오랜 시간속에서 내가 느낀것은 슬픔과 허무함이 지배적이었던것 같다.
감정을 속으로 삭히고 해야 할 말들도 조금씩 안으로 가두며 나를 둘러싼 벽을 쌓아 세상과 단절하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그 두터운 벽을 뚫고 내 안에서 터져 나오던 목소리를 들었지만 그때마다 무시하고 방관 했고, 또 그럴수록 그 벽은 나를 짓눌러왔다. 생을 마감하고 싶은 오랜 슬픔의 나날들이 지속되었고, 광합성이 부족한 식물처럼 시들어갔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살고 싶었던 까닭이었는지 견딜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왔고 세상도 그리워졌다. 
나는 햇볕을 쬐기 위해 조금 벽을 허물고 무너진 벽 귀퉁이에 쪼그려 앉아 광합성을 하기 시작했는데,
태양이 나를 향해 따스한 봄 햇살을 비추이고 있었고, 실로 오랜만에 쬔 햇볕때문 이었는지 온 몸에 열꽃이 피어 올랐다.
온통 허무로 가득찬 내 몸의 열꽃이 내가 벽을 넘어서자 불어오는 바람에 조금씩 사그라들어갔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죽은 목숨처럼 살면 안될것 같은 강박과 부끄러움을 늘 상기하며 살아가려 애쓰는 중이다. 기왕 사는거 열정적으로 살면 더 좋겠지. 
그래야 세상을 등질때 아무런 미련도 남지 않을테니.


(오늘 아침 남덕현 작가님의 담에서 읽은 허무라는 글을 상기하다가 날도 더워 허무를 앉혀다 놓고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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