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들은 늘 왼쪽에 있다.
나는 당신 쪽으로 좌회전하고 싶었지만
중앙분리대가 가로막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라고
지시등이 핸들을 꺾을 때마다
한 정거장씩 멀어져가는 집과
방향이 바뀌어버리는 길들.
기다림은 왼쪽에서 더욱 무성해지고
한번 잘못 든 길이 지워버린 풍경이며 샛길
번번이 차선을 놓치던 나는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전용차선이 끝날 때까지 무작정 달려야 했다.
기다림이란 늘 발목이 붉게 물드는 일이어서
추돌의 위협을 느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왼쪽으로 핸들을 꺾고는 했다.

- 조연희, 「슬픈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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