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주산지엘 다녀왔다.
2여년만에 떠난 여행이어서 그런지 꼬박 밤을 새우고 떠난 여행이었는데 첫날은 다시 잠들기가 어려웠다.
새벽 4시 50분, 알람 소리에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귀신 나올법한 청송 주산지의 짙은 새벽 안개 길을 헤치며 6시가 넘어 두번째 주산지를 찾았다.
안개 그득한 주산지엔 벌써부터 부지런한 셔터맨들이 삼각대를 세우고 진을 치고 있었다.
날이 가물어서였을까...2년전 여름의 주산지보다 물이 많이 빠져 왕버들나무가 어딘지 모르게 시름에 겨운듯
깊은 뿌리를 드러내 놓고 있는 곳이 많았고, 왠지 그때보다 더 훼손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설프지만 물안개 피어오르는 주산지의 새벽을 담고,
이내 떠오르는 태양을 맞서 안개에 가리운 뿌연 오렌지빛의 주산지를,
그리고 오지의 새벽답게 푸른빛깔을 드러내며 이내 가을 단풍빛에 물든 주산지를 뷰파인더로 바라다 볼 수 있었다.
더운 날씨 탓에 과연 주산지의 가을을 담을 수 있을까 했던 우려와는 달리
주산지도 2008년을 겨우 두어달 남겨둔 탓인지 드문드문 붉은 물을 들이고 있었다.
2년전 7월 그때와는 또다른 정취...
얼마만에 담아보는 자연이던가...
또 언제 이렇게 길을 떠나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과
마음을 따라가 주지 못하는 내 몸,
가늠할 수 없는 내일을 맞이하는 마음이 영영 이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길을 떠나고 싶은 상념과 뒤엉키며
어지러히 나를 괴롭혔다.
<중략>
두말 없이 함께 해준 내 친구 차우에게 무한한 고마움과 미더움을 전하며...
그리고 우리 명동 소학교 동기 파타에게도 깊은 우정과 따스함을 전하며
2008년 10월 18일 여명의 주산지를 올려본다.